한국시 및 감상409 선 -- 박상태 한 발 짝 깨금발로 힘껏 뛰어보자 내가 선 곳은 어디냐 선 너머로도 그 뒤로도 갈 수 없는 땅 위에 함부로 그려진 선 왼 발로 서 있기도 오른 발로 버티기도 지난 세월이 너무 힘겨워 그저 흔들리고 있을 뿐 누가 그었을까 두 발로 서야 하는 이곳에 한 발로 흔들리는 그 만큼의 여유밖에 허용치 않는 아량을 모르는 선을 내 발을 꽁꽁 묶어버리고 마는 선 2022. 3. 17. 벌초 -- 이영광 풀을 베다, 문득 고개들면 아득히 흐르는 구름 구름을 밀고가는 바람. 저기 햇살 속으로 인적들 걸어가네 풍화된 살과 피의 율법이 풀잎에 살아있네 살아있네. [내재율 1호](1985) 2022. 3. 17. 낙화 -- 이영광 사랑처럼 가파른 하락입니까 당신은 건재하고 우리 꿈은 평등합니다. 그리움을 확실한 고도에 나부끼게 하소서 한 순간 끝없이 머무는 빛을 보게하소서 제 눈뜨는 기다림은 당신이 내리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내재율 1호](1985) 2022. 3. 17. 호적부 -- 이영광 나는 몇 줄의 활자 많은 피가 불려갔읍니다 본적 : 000 도 00 군 00 면 00 리 000 생년월일 : 19xx 년 x 월 x 일 성명 : 0 00 위의 사실은 틀림이 없음을 증명함 나 인듯, 나 인듯 캐비닛 속에 계시는 주인님, 활자귀신님 미안하지만 몇 방울의 피는 미증명입니다. [내재율 1호](1985) 2022. 3. 17. 이전 1 ··· 63 64 65 66 67 68 69 ··· 10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