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409 남도행 유감 -- 이영광(84) 남도행 그 길에 3월 때아닌 눈이 내리고 있드라 돌아보면 서울도 잠들고 있드라 모든 게 다 바람에 얼어 남고 소문처럼 등 뒤에 남고 그 사람 얼굴만 따라오드라 반나마 따라오다 돌아가고 말드라 두고두고 그리움은 모자라는가 남도행 그 길에는 노염도 잠들 겨를 없이 피가래만 뚝뚝 내리고 있드라 [제1회 영문과 시낭송회](1985) 2022. 3. 7. 겨울 이야기 -- 최성용(84) 상처입은 대기의 하혈같은 어둠이 한 조각의 담배 연기를 덮을 무렵 여윈 입김으로 창을 닦는다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창 안으로 하나 풀처럼 깨어있는 의식 X - ray에 투사된 나의 폐에서 낮과 밤에서 각혈을 한다. 손에서 떠난 구겨진 담배갑을 내려다 보다, 그리고 나는 빈손이므로 몸짓만으로 파닥인다 -- 날개는 잃어버린 장소에서 찾아야 함 공복의 위장으로 풀씨를 삼킨다 한 포기의 봄을 위하여, 나무처럼 깊숙한 뿌리를 가져다오 의식은 비껴가는 낮과 밤을 겨워한다. [제1회 영문과 시낭송회](1985) 2022. 3. 7. 북한강 -- 안유수(84) 3월 북한강 강물은 아직도 한기를 간직한 채 대성리를 돌아설 무렵 무거운 기침을 토한다 3월 북한강 기슭은 온통 농무로 가득 찬 채 나루터를 바라보는 늙은 사공은 눈을 감는다 3월 북한강 물밭은 아무도 그 물길을 모르는 듯 인적도 사라진 후 그 길 위로 질주하는 눈물 많은 강으로 대한다 3월 북한강물은 영원한 누구의 길이 되려는가. [제1회 영문과 시낭송회](1985) 2022. 3. 7. 오월 서경 -- 광주 사태를 생각하며 -- 길철현(85) 검문 ---. 골목길로 빠져들자 문득 스치는 아카시아 향내 나는 오월이 곁에 서있음을 알았다 웃음 짓는 하늘 얼룩져 있는데 오늘도 한길에서 페퍼포그 거센 향기에 터지는 비만의 눈물 나는 어느 일력을 붙들고 서야 하나 흔들려야 하나 [제1회 영문과 시 낭송회](1985) ------ 검문 --- 골목길로 빠져들자 문득 스치는 아카시아 향내 난 오월이 곁에 서있음을 알았다 웃음 짓는 하늘 얼룩이 졌는데 오늘도 한길에선 페퍼포그가 기승을 부린다. 2022. 3. 7. 이전 1 ··· 66 67 68 69 70 71 72 ··· 10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