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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409

장박원(85) -- 별과 나 도시의 불빛이 별이 되어 떨어진다 동해의 굽이치는 파도 속에 끝없이 펼쳐진 한여름의 모래알들. 동심 속에 숨겨진 그 꿈속의 물결이 조그만 조약돌을 반짝이는 모래 속에 심는다. 파도로 밀려오는 어둠 속 도시의 하늘에 무수히 쌓인 별, 불빛들, 모래알들. 그 속에 이만큼 떨어진 내가 파묻힌다. [제 1회 영문과 시 낭송회](1985) 2022. 3. 5.
들어가는 말 (준비 중) 2022. 3. 5.
문태준 -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 2022. 3. 5.
김광규 - 도다리를 먹으며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 왔다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 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 2022.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