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409 최승자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 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는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헤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이 시대의 사랑]. 문지. 1981 [출처] 시평. 최승자의 청파동을 기억하는가|작성자 스물셋 2017. 1. 28. 좋은 시 2014 [2014년] *좋은 시 2014 어려운 시도 꽤 많았고 또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시도 꽤 있었다. 어쨌거나 시인들이 최근에 글을 어떻게 쓰는가를 일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들여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314명의 시인들의 시를, 두 달여에 걸쳐서 읽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시인들을 한 명씩 골라.. 2016. 12. 17.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141013]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1013] 이 시집에서도 별다른 변화는 없고, ‘옳은 것’에 대한 추구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노정되어 있다. 읽기에 큰 부담은 없으나, 그렇다고 시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무겁고 고리타분하다고나 할까?) 2016. 12. 17. 도종환. 당신은 누구십니까 [141011] *당신은 누구십니까 [1011] 이 시집에서 도종환의 시어는 좀 나아진 듯하지만, 지나친 고정적 윤리의식, 다시 말해 의식적 사고에 얽매어 자신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2016. 12. 17.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0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