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408 이 현승 - 그 집 앞 능소화 그 집 앞 능소화 - 이현승 1 이를테면 제 집 앞 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 쉼을 하고, 모든 적막을 뚫고 한바탕의 소요가 휩쓸고 갈 때, 어사화 같은 능소화 꽃 휘몰아쳐지고 있을 때, 그랬.. 2016. 9. 3. 김종삼 - 묵화 墨 畵 김 종 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북치는 소년](민음사, 1979), p. 45. <감상> 시의 생명이 비유와 압축에 있다고들 흔히 말한다. 이 시에는 전혀 비유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놀랄만한 감.. 2016. 9. 3. 바람아 - 이시영 이시영, 바람아 바람아 너희 나라엔 누가 있는가 날 저물면 산에서 내려와 문고리 두드리는 커다란 그림자가 있는가 뒷문 열고 기침하는 늙으신 어머니가 있는가 밤새도록 대밭에서 끄덕이다 땅 끝으로 사라지는 반딧불이 있는가 아버지가 있는가 바람아 너희 나라엔 얼굴도 없는가 서서.. 2016. 8. 30. 참매미 - 박용래 참매미 박용래 어디선가 原木 켜는 소리 夕陽에 原木 켜는 소리 같은 참매미 오동나무 잎새에나 스몄는가 골마루 끝에나 스몄는가 누님의 반짇고리 골무만한 참매미. [먼 바다], 창비 *참매미의 울음 소리를 ‘원목 켜는 소리’에 빗댄 것에 일단은 주목하게 된다. 그 소리가 오동나무 잎새나 골마루 끝에 스며있는가? 그 울음의 정체성을 묻고, 다시 참매미의 크기를 누님의 골무와 비교하고 있다. 몇 마디 안 되는 말이고, 시상도 단순하다. 매미의 울음이 순간적으로 촉발시킨 정서--거기엔 약간의 서글픔이 배어있다--를 표출한 시. 2016. 8. 30. 이전 1 ··· 94 95 96 97 98 99 100 ··· 1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