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모임에는 회장뇜도 집안 행사로 빠지고, 빠지는 일이 없는 전임 회장 재석이 형은 노년(?)에 거처할 집을 짓느라 빠져서 12명 조촐한 모임이었는데, 이번 달 모임은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40명 이상이 모인 듯하다. 또 정확히 세어 보지 않아서 장담을 할 수는 없는데, 이 중 반 이상이 교류전을 하게 된 욜로 모임(이 모임은 조민철JMC 관장을 주축으로 해서 새롭게 결성되었다고 하는데, 회장은 탁구계의 신사로 알려져 있는 신민호였다) 회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팀과 교류전을 한 것도 참 오래되어 대광에서 한 마지막 교류전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교류전 역사상 우리가 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단체전의 특성상 멤버의 실력이 고른 것이 중요한데, 우리 탁신 멤버들은 아마추어의 최정상급(나?였으면) 멤버들 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멤버라 할지라도 예전에는 '한 가닥'하던 실력자들이라(너무 나가는 것 아닌가?) 10명 이상이 하는 단체전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교류전은 상황이 달랐다. 상대팀에는 선수부부터 1부까지가 7,8명이었는데, 우리팀은 선수부는 한 명도 없고(불량회원 김경태는 나온다고 했다가 또 무슨 심술이 터졌는지 불참), 챔피언부의 허남규는 부인 출산일이 오늘 내일해서 불참(월요일에 예쁜 공주를 순산), 송승훈은 온다고 했는데 또 일이 생겼는지 못 오고, 그래서 조훈태만 참석했고, 1부로는 김태신과 김연우, 그리고 용병으로 지창석(특이하게도 이 1부 세 명이 모두 왼손 펜홀드 전형이다. 그럴 확률은 백분의 일 정도 아닐까?)이 참가를 했다. 2부 참가자의 숫자는 엇비슷했고, 3부와 4부는 우리가 많았다. 저쪽 팀의 평균 나이가 38세인데, 우리 팀은 모르긴 몰라도 앞글자가 5자임에는 분명하다(30대는 용병인 지창석 한 명뿐이 아닌가 하는데, 아 훈태도 마흔을 넘지는 않은 듯하고, 진우는 마흔을 넘지 않았는가?).
시합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진행이 되었다. 전체적인 자세한 결과는 회장뇜이 올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내 시합 결과와 또 인상 깊었던 게임들을 정리해본다.
<개인전>
(예전전)
1. 나(3) - 함진식(오른손 셰이크 2) 패(5) 패(6) 패(11) [점수는 정확하지 않음]
안산에선가 관장을 한다는 이 사람은 [서초탁구교실]에서 한 번 본 것 같기도 한데, 본인은 온 적이 없다고 했다. 어쨌거나 백핸드 기술이 상당히 좋았고, 특히 연타 능력이 뛰어나, 운동량이 없는 나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예탈을 면하려면 최소한 1세트는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으나 듀스 원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2. 나 - 지창석(왼손 펜홀드 1) 승(5) 2)승(8) 3)패(9) 4)승(8)
예탈을 면하려면 일단 3대 0으로 이겨야 하는데 1부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난감하기도 했다. 상위부로 올라가도 비전이 없으니 그냥 하위부로 가는 것이 더 나을 듯도 하고. 어쨌든 강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창석이와는 예전에 한 번 쳐본 적이 있고 전형상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듯했다. 상대의 서브부터 강공으로 밀고나가기로 한 작전이 통했던가? 내 포핸드와 백핸드의 스매싱이 계속 꽂히자 창석이도 당황한 듯했다. 2세트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창석이도 0대 3으로 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3세트는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그 세트를 내주자 자꾸 예탈의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4세트에서는 다시 강하게 밀어붙여 일단 3대 1을 만들었다. 창석이의 한 방 드라이브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쇼트도 좋았지만, 스매싱으로 테이블에서 떨어뜨려 놓자 핸디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함진식과 지창석의 경기는 한 세트씩 주고 받더니만 결국 쇼트에서 앞선 창석이가 3대 2로 이겼다. 두 사람의 게임은 랠리가 엄청 오래되었다.]
(하위부)
- 16강 : 나 - 서정(오른손 셰이크 4) 승(5) 승(6) 승(9)
정이 형은 두 알 핸디로는 장담할 수가 없었는데, 정이 형이 무릎 부상 등으로 탁구를 못 치고 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막상 시합에 들어가자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나 날카롭던 서브조차도 밋밋해서 예상 외로 쉽게 이겼다.
- 8강 : 나 - 안진호(오른손 셰이크 3, 뒷판 오목대) 패(8) 패(7) 승(8) 승(6) 승(9)
이 게임이 내 개인전의 하이라이트였다. 드라이브 채는 힘이 약해서 원래부터 오목대 전형에게 약한 데다가, 진호에게는 요 몇 년 동안의 시합에서 이겨 본 기억이 없었다. 맞잡고 치던 2알 핸디를 받던 이길 수가 없었다. 운동량이 있을 때도 어려운 상대인데, 요즈음처럼 운동량이 없는 데 이긴다는 것은 언감생심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자포자기 할 수는 없는 법. 무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디펜스적으로 치기로 하고 시합에 들어갔는데 점수가 비슷하게 가다가 두 세트를 다 내주게 되자 역시나 안 된다고 거의 포기를 했다. 그런데, 진호가 내 긴 서브를 타준다는 것을 눈치챈 나는 미들로 빠르고 긴 약간 커트가 들어간 서브와 회전 서브를 섞어서 넣으며 게임을 풀어나갔다. 진호의 연타 드라이브에 대한 디펜스도 어느 정도 되면서 두 세트를 뺏자 게임의 승부는 오리무중이 되었다. 하지만 5세트에서는 3대 6까지 점수차가 벌어져 패색이 짙었는데, 진호가 연속적으로 범실을 하면서 내가 10대 8로 앞서게 되었다. 마지막 서브가 진호의 것이라 마음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브에 이은 삼구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10대 9. 그 다음 서브는 백핸드로 약간 짧게 오는 서브였다. 나는 침착하게 낮고 짧게 리시브를 했고, 진호가 그 공을 드라이브를 걸다가 미스를 해서 승리가 내 품에 안겼다. (진호가 공수가 다 좋은 편이긴 하지만 수비수 출신이라 역시 수비가 더 무섭다는 걸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듯. 공격에 다소 범실이 있는 것을 잘 이용하는 편이 좋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처음에는 엑시엄으로 시합을 했는데, 이날 시합구로 반발력이 좀 약한 은하와 가까운 729를 쓰고 있어서, 나는 그것으로 바꿔서 하자고 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4강 : 나 - 김태신(왼손 펜홀드 1) 패(10) 패(7) 패(4)
탁신 강자 중 한 명인 태신이는 이 날 하위부로 떨어져 나에게 민폐를 끼쳤다. 컨디션 난조가 '오픈 서브'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좀 지나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던 것으로 판명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컨디션 난조도 하수인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서 서브도 날카롭고 드라이브를 막아낼 수도 없었다. 첫 세트만 내 스매싱 공격이 좀 통하고 그 다음부터는 별로 할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
하위부에서는 김태신이 양보를 해서, 김병규 씨가 우승을 했다(병규 씨는 볼이 계속 안 맞는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상대를 모두 눌렀다).
(상위부)
이 날 게임에서 가장 큰 이변은 김진우가 준우승을 한 것이다. 지창석, 김석태, 송근숙(욜로 조민철 부인, 선수 출신), 그리고 요즈음 나의 탁구 파트너인 김재욱까지 무찌르더니, 안학준(욜로 오른손 펜홀드 2)과의 결승전에서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도 0대 3으로 다소 힘없게 무너진 듯하다. 진우의 이 날 전략은 별로 무리하지 않고 슬렁슬렁 치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상대가 무너졌다고 했다. 박자가 단조롭기는 하지만 워낙 힘이 있는 탁구에다 양 사이드가 다 좋으니 뚫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시합을 하느라 잘 보지는 못했지만 2대 0으로 이기던 석태가 결국에 물린 것도 진우의 허허실실 전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석태는 상대가 쳐줘야 오히려 신이 나는 탁군데, 상대가 무리하게 치지 않으면 자기가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범실을 하거나 역공을 당하는 경향도 있으니까.
그 다음에 또 재미있는 것은 조훈태(챔프)와 박정현(욜로 3)의 16강 경기였다. 훈태는 2대 2에 1대 10으로 패색이 짙었는데, 독사답게 11점을 연속으로 득점하여 정말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얻어냈다.
내가 심판을 본 조훈태(챔프)와 김재욱(2)의 8강 경기도 재미있었다. 재욱이는 첫 세트는 일단 훈태가 어떻게 치는지를 탐색하는데 주력했고, 그 다음 두 사람 다 자신의 장기인 포핸드 드라이브를 살려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시소 게임이었다. 셰이크로 바꾼지 얼마 되지 않는 재욱이는 백핸드에서 많은 약점을 노정시켰고, 또 정확하고 빠른 포핸드 드라이브도 훈태가 백핸드에서 회전을 주어서 받아올리거나 해서 범실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막상막하이던 게임은 재욱이의 승리로 끝났는데, 마지막 세트는 내가 시합에 들어가야 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단체전>
개인전 시간이 좀 지체되어 단체전은 중복 없이 5단 2복을 하기로 했다. 체력도 좀 남아 있고 해서 단체전 신청을 했는데 김연우와 한 팀이 되어 복식을 하기로 했다. 연우와는 여러 번 호흡을 맞춰서 (내가 복식이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승률이 좋은 편이었다.
(복식)나, 김연우(1부) - 김무진(오른손 셰이크 2), 박정현(오른손 펜홀드 3) 패(9) 승(7) 패(8) 승(11) 승(6)
병규 씨, 재국이와 연습 게임을 했는데, 이날 공이 729라 연우의 장기인 백핸드 스트로크에 범실이 많았다. 연습량 부족이라는 불안감을 가슴에 안고 막상 시합에 들어가보니, 김무진의 공은 꽤 까다로운데 반해 박정현이 범실을 많이 해줘 첫 세트를 쉽게 딸 듯했는데, 9대 7인가에서 오히려 9대 11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안 들어오던 박정현의 강한 스매싱이 계속 꽂혔던가? 2세트에서는 박정현이 연우의 길고 강한 회전 서브와 너클 서브를 타줘서 좀 수월하게 이겼다. 하지만 다시 한 세트를 내주고 4세트에서도 우리가 게임을 끌려 갔다. 7대 9 상황에서 내가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어이 없게 탁구대를 벗어나자 거의 패색이 짙었다. 한 점을 따서 8대 10을 만들고, 서브는 연우 것이었다. 연우는 짧은 커트를 넣고 싶어했지만 내가 길고 강한 서브를 요구했다. 정현이가 계속 서브를 타주고 있어서 그 편이 더 확률이 높을 듯했다. 운이 좋았는지 이 날의 나의 예상은 맞아 들어갔고, 정현이가 리시브에서 범실을 해줘서 듀스를 만들었고, 그 다음에도 서브와 랠리로 그 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승운이 우리에게로 넘어와 10대 3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연우가 한 방으로 결정을 지으려다 미스를 하고, 나는 끝까지 점수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상대도 악착같이 버텼지만 10대 6 상황에서 상대의 범실이 나, 지옥을 지나 천당으로 들어섰다.
다른 복식 팀인 무적의 병규 씨와 석태가 상대 팀을 3대 0으로 가볍게 눌렀고(병규 씨 왈. 뽈 드럽게 안 맞네. 하지만 우리 공이 안 나오니까 상대가 미치는 거지), 훈태가 김대현(2)을 3대 1로 잡고, 재욱이가 조민철을 3대 0으로 이겼다. 김태신, 지창석, 김진우 등은 져서 전체 스코어는 4대 3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복식 게임이 결승전이었던 셈이다. 거의 진 게임을 이겨서 정말 짜릿했던 시합.
[번외 경기]
개인전 시작 하기 전에 충신이 형이랑, 그리고 중간에 석태랑 오천발 했는데 두 게임 다 2대 3으로 지고 말았다(아! 내 돈). 충신이 형이랑은 승률이 좋은 편인데.
[뒷풀이 - 흥수 갈비]
늘 가는 흥수 갈비에서 마시고, 뜯고, 야부리 풀고.
[은성 당구]
(나(150), 김진황(150) - 이춘헌(300) 신재국(120)]
훈태가 춘헌이가 한 큐에 16개를 치고 어쩌구하면서 춘헌이를 치켜 세웠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예전에 일산에서 당구를 쳤을 때 춘헌이는 300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졸전을 펼쳤기 때문이다(미안 춘헌아). 그리고 당구는 8할이 구찌이므로 일단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었다. 술도 한 잔했겠다 있는 말 없는 말 내뱉으며, 간을 배밖에 걸고 쳤더니만 공이 잘 들어갔다(난 이래도 4대천왕 중의 한 명인 산체스와 사진도 찍은 사람이여, 이런 자랑도 하면서.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다). 춘헌이는 300 수지에 가깝게 치긴 했지만 재국이가 영 실력 발휘를 못해서, 우리 팀이 먼저 쿠션을 들어간 다음 진황이가 짱꼴라로 쿠션 하나를 치고, 나는 남은 쿠션 하나를 가락으로, 또 마지막 가락도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정확하게 처리. 돈 만원과 게임비를 득템하고 울며 흐느끼는 춘헌과 재국이를 뒤로 한 채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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