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뜻하지 않게 황탁 최강전(72회)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가 있었다. 시합에서 지난번처럼 거의 꼴지에 가까운 최악의 결과는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지난주에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이는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한 덕택이었을까? 사실 1+로 요근래에 성적을 낸 것은 1년 전쯤인가? 상당히 운동을 많이 해서 2위를 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 뒤로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픈 4부인 내가 오픈 2부들과 맞잡고 쳐서 이긴다는 것이 쉬운 노릇이 아니고, 최근에 들어서는 논문 준비하느라 운동도 별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도 김석태, 김재욱, 김금환, 안영덕 등과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운동을 해서 아예 운동에서 손을 놓지는 않은 것이 그나마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듯하다).
시합을 하기 전에 오랜만에 서브 연습도 하고, 또 일찍 온 사람들과 연습 게임도 하면서 몸을 충분히 푼 것도 도움이 되었다. 거기다 상황도 여러모로 나에게 유리하게 전개가 되었다. 대진번호도 지난번 우승자가 오지 않아서 무작위로 뽑았는데, 1번이 나와 한 게임하고 두 게임 쉬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7명 풀리그 전).
첫 번째 게임은 남현찬(셰이크, 2점 핸디)이었다. 지난번에 현찬이에게 지면서 3게임 정도를 내리 내주었는데(지난 최강전 성적이 2승 5패였던가) 이번 시합에서도 첫 번째 게임이 고비였다. 현찬이는 구력이 짧고 잔 미스가 많은 편이지만, 대신에 서브가 좋고 힘도 좋은 데다 나와의 게임을 특히 잘 했다. 첫 세트를 내주고 게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디펜스 위주로 하면서 랠리에서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타이트하게 끌고 가다가 풀세트 접전 끝에 마지막 세트는 11대 9로 이겼다.
그 다음 게임은 신준기(셰이크) 관장과의 게임이었는데, 집안 일 때문에 좀 늦게 온 신관장(신관장의 원래 첫 게임은 뒤로 미뤄졌다)은 몸이 덜 풀린 상태인 데다가 심리적으로도 나보다 부담감이 컸던 듯하다. 첫 세트는 내가 10대 5로 앞서다가 따라 잡혀 듀스까지 몰렸지만 12대 10으로 이겼고, 두 번째 세트는 내가 4대 8로 밀리다가 듀스를 만든 다음 또 14대 12인가로 이겼다. 세 번째 세트도 듀스까지 갔는데 12대 11인가로 앞선 상황에서 신관장이 받은 공이 탁구대의 끝부분에 맞으면서 약간 스톱이 되었는데 그걸 내가 억지로 넘기자 네트를 맞고 넘어가 신관장이 범실을 하고 말았다. 신관장과의 시합에서는 네트가 특히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이형주와(펜홀더 숏핌플, 2점 핸디)의 게임도 쉽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형주의 수비가 워낙 좋아서 무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치니까 오히려 형주가 공격을 하다가 범실을 많이 했다. 그래도 풀세트까지 갔는데, 5세트에서는 1점인가 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원사이드 하게 이겼다.
하루카(셰이크)와의 시합은 역시나 어려웠다. 이 때쯤 되자 생각지도 않았던 우승에 대한 욕심이 갑자기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만약 신관장과 하루카, 나 세 사람이 물고 물린다면 최소한 1세트는 따야 했다(신관장이 하루카를 3대 2로 이겼다). 첫 세트를 어떻게 어떻게 해서 따내고 나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 그보다는 하루카의 플레이 자체가 백핸드가 워낙 좋아 강한 공격력이 없는 나로서는 버거운 상대였기 때문에 그 뒤로는 크게 힘을 못 쓰고 1대 3으로 지고 말았다.
이미경(셰이크 2점 핸디) 씨는 백핸드 서브를 잘 받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무리하게 드라이브 공격을 하지 않고 백핸드로 리시브를 하니까 오히려 미경 씨가 공격하다가 범실이 많이 나왔고, 또 내 포핸드 긴 서브를 타주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게 3대 0으로 이겼다.
마지막 경기는 김동주(펜홀더 2점 핸디)와의 시합이었다. 동주가 의외로 하루카를 잡아 주어서 동주만 이기면 우승 확정이었다. 동주가 요근래 운동량이 별로 없고, 또 백핸드 랠리를 계속하면 나에게 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고비라 긴장도가 상당히 높았다. 또 동주가 강자인 하루카를 이기는 것을 보고 몸이 많이 풀린 것인가, 하여간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점수는 엇비슷하게 나갔으나 그래도 끝에 가서는 내가 좀 더 힘을 발휘하여 역시 3대 0으로 이겼다.
신준기, 하루카, 이형주는 모두 4승 2패인데다가 서로 3대 2로 이기고 지고해서 세트 득실까지 똑같은 상황이라(점수를 따로 적지는 않았다) 세 명 모두 공동 준우승으로 했다.
다운기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이 돌아오면서 첫 번째 생긴 즐거운 일이었다. 팔꿈치 안쪽에 약간 엘보 기가 있는데, 꾸준히 약을 먹고 무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탁구를 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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