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 Turtles의 Happy Together를 듣고 있다. 아니 Happy Together를 Infinite Looper로 무한반복으로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가 영화에 나온 곡을 듣는 것이 더 나을 듯해서, 영화 엔딩 부분에 나오는 Danny Chung이라는 홍콩 가수가 편곡한 Happy Together로 바꾸었다. (인터넷의 시대는 정말 놀랍다. 이 모든 것이 클릭 몇 번으로 되니까.) Danny Chung의 노래는 개인적으로는 원곡의 담백한 맛 - 67년도에 발표된 옛날 노래니까 - 이 덜하고, 좀 번잡스럽고 부박하다(이것은 물론 원곡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날 때 들은 느낌은 페이소스가 강한 이 영화와 엇박자를 내면서 굉장히 거칠다는 그런 것이었다.
노래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60년대적 정서를 반영한 노래 가사와 이 영화 내용은 겉보기에는 정반대인듯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의 마음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서 다소 논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에이즈의 확산으로 동성애에 대한 공포도 퍼져나가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뛰어난 희곡 작가인 토니 쿠시너가 [Angels in America]에서 이 문제와 함께, 미국 사회 전반을 이미 다루었고, 톰 행크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던 [필라델피아]에서도 동성애자의 사랑과 인권의 문제를 잘 다루었다(오래 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에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작가는 내가 알기로는 없고, 동성애 문제를 다룬 작품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독교 쪽에서 동성애에 대해 특히 반대가 심한데, 개인의 성적 정체성이나 인권의 문제가 종교적 교리의 해석과 부딪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 문제를 집중해서 논의할 생각은 없다.)
왕가위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도 사랑의 어려움과 새로운 사랑의 기대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은 생각은 예전에 시로도 쓰려 했던 [미녀와 야수]이다. 여기서 미녀와 야수는, 내가 옷장에 붙여둔 캐릭터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같이 붙어 있지를 않았다. 이 두 개의 캐릭터는 공기압을 이용해 둥글고 넙적한 고무 - 우리가 차에 내비 등을 달 때 주로 사용하는, 이것을 가리키는 정확한 용어를 모르겠다 - 를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두 개가 같이 붙어있는 시간은 별로 오래지 않고, 꼭 둘 중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심한 경우에는 둘 다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내 머리 속에서는 그 때 '혼자는 외롭고 둘이면 싸운다'라는 생각이 맴돌았는데, 이 영화의 내용이 그 상황과 잘 매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연인인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홍콩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지고 만다. 아휘가 웨이터로, 요리사로 일을 하는 가운데, 보영은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어느 날 다른 남자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보영이 아휘를 찾아오자 아휘는 그를 다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틀어지고. 이 때 함께 일하던 대만 청년 장(장진)이 아휘와 가까워지지만, 그는 아르헨티나의 남쪽 끝으로 떠나고, 결국 아휘 혼자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간다.
이 영화에서 왕가위는 방황하는 젊은이들 - 그것도 조국을 떠나 먼 이국 땅에서까지 -의 모습과 사랑의 어려움을 잘 포착해 내고 있다. 이것이 답인가 하지만 다음 순간, 그 효용성이 소멸되고 마는 우리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그래서 끊임없이 새롭게 상황에 부딪혀야 하는 것.
(이구아수 폭포는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두 번, 그리고 아휘의 방에 놓인 이구아수 폭포를 형상화한 - 실제로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 일종의 기념품으로 이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다. 폭포가 뿜어내는 물방울에 흠뻑 젖는 아휘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폭포 앞에서, 그 거대한 물줄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그 위를 날아다니는 것은 새들인가? 혼자인 아휘의 모습은 인간은 결국 일정 부분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일까?
폭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더욱 크게 다가왔고, 이구아수의 꿈(이구아수는 "큰 물"이라는 뜻이란다) 또한 부풀었다. 에베레스트는 대부분 사람에게 밑에서 보는 것만 허용된다면 - 그것 또한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 이 이구아수는 그래도 아주 가까이 가서(장백 폭포도 3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봐야 해서 아쉬웠는데) 볼 수 있어서 현장감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 나에게도 이 폭포를 볼 기회가 올지?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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