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40분 정도 되는 고읍 도서관 북카페(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서 좋다)에서, 캔커피 한 잔, 그리고 봉우리가 제법 아름다운 불곡산을 앞에 두고 글을 쓴다.
(연속 재생으로 사이먼과 가펑클의 [Scaborough Fair]를 계속 들으며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헤드폰이 없고, 공공 장소라 그냥 틀 수도 없다. 스카브로. 가지 않은 곳? 갈 수 없는 곳? 언제나 가닿고 싶은 곳?)
[두 살 쯤 된 애가 엄마와 함께 들어와 괴성을 지른다. 그 형으로 보이는 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아이도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뺐다 하며 시끄럽게 떠든다. 귀엽기도 하지만 글쓰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어젯밤엔 정말 오랜만에 현관문을 닫고 잤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자동차로 외부 온도를 보았더니 26.5도였다(자동차에 달린 온도계는 1-2도 정도 높다). 그 때 시각이 밤 2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나? 그렇더라도 3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여름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가? (점심을 먹을 때 텔레비전에서 나온 뉴스. 서울의 열대야가 21일일만에 끝남. 이탈리아의 지진으로 156명이 사망했다고 했던가?) 하지만 문을 닫고 잤더니 아침은 좀 더웠다. 거기다 어제 탁구를 마치고 다소 과식을 해서 속도 더부룩(내기에서 이겨서 공짜로 먹는 술과 안주였는데). 꿈에서 나는 - 길을 잃고 막 헤매는 장면도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는 않고 - 어제 술을 마시며 '박사 논문을 마친 뒤에는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간다'고 해서일까 - 수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폭포, 한 쪽은 좀 높게 떨어지고 다른 쪽은 여러 번에 나뉘어서 떨어지는 두 개의 폭포를 탐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왼쪽 편 폭포 옆인지 아니면 폭포를 뚫고 지나갔는지 그 너머에 있는 임도 같은 길게 뻗어 있는 외딴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먼 길을 떠나는 것을 암시하는가?)
눈을 뜬 시각은 10시가 좀 넘었는가? 리모콘이 또 말을 안 들어 - 비틀면 간신히 작동이 되긴 했는데 - 가게에 가서 건전지를 사왔다. AA.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밍기적거렸기 때문일까? 악력기, 손목 힘 기르는 운동 기구, 스윙 라켓으로 손목 운동과 백핸드 드라이브 연습 크로스와 스트레이트 각각 50회, 6킬로 아령 마흔 개, 팔굽혀 펴기 30개. 아 그 전에 스트레칭도 좀 했구나. 몸이 아프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탁구를 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야할까? 욕망이 꺾이는 것은, 좌절은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단어를 외우고, 저장이 안 된 Weltanschauung을 다시 적고. 그렇게 집을 나선 시각은 거의 12시가 다 되었다.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가? 먹는 낙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가? (무엇을 적고 무엇을 생략하는가? 인간의 정신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이성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별 생각 없이 움직일 때 우리는 그냥 우리 안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데, 의식적인 생각이 작동할 때는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반성을 하게 된다. 과연 그런가?)
월계동 집을 나서서 신창동을 지나 창동을 지나 다시 동부간선도로로. 타이어 하그네. 이게 무슨 말이지. 동부 간선도로로 들어가기 직전의 사거리 오른편에 있는 타이어 가게. 그저께의 반복이면서, 또 약간씩 다르다. 시간부터 조금은 빠르다.
동부간선도로는 그저께보다 덜 막힌다. 상계동 동부간선도로에서는 도봉산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저 큰 봉우리가 선인봉이었던가? 만장봉이었던가? [북카페는 북카페라기보다 휴게 공간의 의미가 강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들어와 한담을 나눈다. 경찰이 어쩌고 저쩌고. 음주 운전을 하다가 잡혀서. 안 봐도 비디오지.] 자운동. 인수봉을 고개를 왼쪽으로 힘껏 돌려야 보인다. 동일로에서 오늘은 외곽순환을 타지 않고, 곧바로 3번 국도를 달린다. 다시 지행역으로 가는 것이다. 용현 지하차도가 생긴 뒤로 그 사거리를 통과하는데(만가대?) 시간이 정말 많이 단축되었다. 항상 거기에서 10분 정도 지체되곤 했는데. (용이 형이 봉정(봉사 정신)으로. 왜 칠성봉 아래 있는 터널인데 천보 터널이지?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기억을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는 분명 연상작용인 듯하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아니면 우리의 정신이 병들 때, 이 연상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니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민락동, 고읍동을 지나, 봉정? 교차로에서 빠져 나와 동두천 지행역으로. 주유소의 기름값이 1337원. 나온 김에 기름을 넣어야겠다. 많이 싸군. 하지만 그저께 본 곳은 1318원이었는데. 아직은 130킬로 이상 남았으니, 돌아 올 때. [그러나 나는 온 길로 가지 않고, 여기 고읍 도서관에 와 있다.] 왼편에 1329원이 보였다. 저기가 바로 그곳인데.
지행역을 지나자 말자 우회전 다시 좌회전, 하지만 역시 차를 세울 곳이 없다. 다시 그저께 주차했던 아파트로 향한다. 세무서에서 우회전해서 다시 우회전. 아파트 이름을 보니 대방 아파트이다. 잘 들어보지 못한 아파트이다. [취업 준비생들인지 젊은 사람들이 피자를 시켜 같이 먹는다. 또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테이블의 끝에서는 20대 후반 내지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 처음엔 커피 전문점에서 글을 쓸 생각이었던가?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본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커피 전문점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글을 쓸 생각. 그래서 노트북이 든 룩색형 가방을 매었다. 식사는 다시 차돌박이된장찌개. 부 무슨 생고기 집이었는데, 기억이 잘, 부영? 부송? 시간이 한 시가 안 되어서 두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고, 내가 들어온 다음에도 한 팀이 더 들어왔다. 사장님인지, 중년의 여성은 다 먹고 계산할 때, 지난번처럼 밝게 인사하지 않았다. 이제 언제 이 집을 찾게 될까? 한 번 어떤 장소에 필이 꽂히면 그래도 한 동안 찾지 않는가? 재인이 그렇고, 광백 저수지가 그렇고, 칠곡 저수지가 그렇지 않았던가? 친구는 늘 두류공원을 맴돌았지. 원만이 아저씨는 학교 앞의 지하차도. 거닐니우스는 수염을 기르고 교정을 매일 같이 거닐었지?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중앙광장을 맴돌고.
육체와 정신은 다른 것인가? 육체의 병과 정신의 병은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지 않은가? 그런가? 아픈 사람들? 죽은 사람들.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토록 원했던 날입니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이렇게 말한 들, 저렇게 말한 들. 과연 그럴까?
약간의 수면 부족과 운동으로 지친 몸을 마사지로 달래 주고 싶었다. 하지만 돈을, 돈을 아껴야 한다. 나한테 그 정도의 보상은 해주어도 되지 않는가? 중앙 탁구장에 가서 초보자들과 탁구나 한 게임 칠까? 돈만 들고 즐거움도 얻지 못한다면? 밥을 먹었더니 소식이 왔다. 화장실과 마사지. 황실중국마사지 70분에 5만원. (빼먹은 것이 있구나. 집에서 나오기 전에 얼마 전까지만해도 자주 갔던 수유리의 마사지 샵에 전화를 했었지. 원장은 내 목소리를 잊어버렸는지 아는 체도 않고 나도 이야기를 하기가 좀 서먹했고, 그런데 두시 반은 되어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단다. 그러고보니 집에서 나오기 전에 지행역 부근의 마사지 샵을 검색을 했구나. 거기에 시간을 꽤 많이 보냈구나. 하지만 지행역 부근에는 저렴한 샵은 거의 없고, 약간은 퇴폐 냄새도 나고 - 뭐 내가 그걸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 더풋샵은 동두천터미널 부근인데, 회원가는 3만 3천 원인데, 그냥은 4만 5천 원.) 건너편의 자스민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하지만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다. 자스민이 있는 건물의 그 층은 공실이 많고, 그래서 남자 화장실은 냉방이 오지 않아 후덥지근.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약손 명가. 목간통 찜질방. 찜질방에 가서 그냥 쉴까? 떠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걷고 싶지만, 무더위도 많이 가셨건만, 불쾌감이 솟아 오르려 한다. 건물마다 화장실은 아주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고 무엇보다 화장지가 없다. 화장지 사는 돈이 그렇게 아까운가? 지난번 군포에 탁구 시합 갔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화장지를 샀지.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 까먹고 그냥 나왔지. 이를 땐 공공 건물이 최고지. 길 건너편에 아름다운 문화센터인지 평생교육관인지가 보인다. 일층 로비에는 북카페도 있다. 여기에서 글을 써도 될 듯하다. 화장실로 들어 간다.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다.
입구에 있는 간이 카페에서 2천 원하는 싼 팥빙수나 하나 먹을까, 하다가, 빈 공간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장면을 휴대폰에 담고 지행역을 떠나기로 한다. 고읍을 한 번 시도해보자. 한 동안 이곳도 자주 들렀지. 메가 박스와 롯데 시네마에서 영화도 보고. 극장은 대체로 한산했었지.
지행역을 지나 직진을 하자, 칠성봉 자락이다. 이곳도 와본 곳이구나. 기억들. 기억나는 기억들. 더 많은 기억나지 않는 기억들. 코리아 찜질방? 이곳도 한 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려는 모양이었다. 9월 1일과 2일 사우나 무료라는데. 포천으로 이어지는 이 길에 있는 상가들, 호텔, 빌라, 주유소 등등은 폐업한 곳이 많았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아서인가? 무슨 까닭인가? 오른쪽에 있는 큰 병원도 경영상 무슨 문제가 있는 듯했는데.
쇠목 마을로 들어가는 길. 열병합 발전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쇠목 마을. 왼쪽은 걸산동으로 가는 임도. 걸산동은 내 마음엔 꼭 스카브로 같은 그런 곳이다. 왕복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 길.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한. 그리고 육지의 섬과 같은 걸산동. 동두천 시 면적의 40퍼센트가 미군부대라면서요? 캠프 케이시와 또 다른 미군 부대의 크기에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지. 시를 한 편 쓸 수도 있을 듯한데.
천보 터널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가려는데, 기중기를 실은 트럭 또한 그 길로 우회전한다. 다행히도 트럭은 도로가 좀 넓어지는 곳에서 속도를 늦추었고, 나는 재빨리 추월을 했다.
[바로 앞 공원에 있는 벚나무며 또 이름 모를 나무들이 많이 흔들린다. 바람이 많이 분다. 현재 시각 5시 49분. 날이 많이 흐려서인지 벌써 어둑한 느낌이다. 비가 올듯올듯 하면서 쏟아지지는 않는다. 유리창에 빗방울이 그래도 어리기 시작하다.]
고읍으로 이어지는 길은 계속 공사를 해서 예전에 다니던 길을 알기 힘들 정도이다. 공사는 다 끝났는데 개통은 제대로 안 한 곳으로 들어가 한참을 달리다 출구가 없어서 다시 들어갔던 곳으로 나온다. 이 넓은 들판에 아파트들이 다 들어올까? 분양 광고와 사람들.
(예전에 눈이 많이 왔을 때, 고읍으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교통 사고를 냈었지.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아 플라스틱으로 된 방호벽을 들이 받아 왼쪽 범퍼와 프렌다가 날라갔지. 폭설이 쏟아지고 서울로 들어오는 길은 거의 마비가 되고. 내 마음은 불안감으로 땅 속으로 꺼질 것만 같은 기분.)
고읍으로 들어와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몇 번 돌다가(탁구장도 한 군데 보았다), 북경 마사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건물 지하에 주차를 하고, 올라갔더니 4만 5천 원. 현금으로 하면, 하니까 5천 원을 할인해 준단다. 중국인 여성들이 운영하는 꽤 큰 샵이었다.
- 이 쯤에서 이 글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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