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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책을 읽다

이영광 -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이불(2020)

by 길철현 2022. 12. 12.

[감상]

영광이 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정리해서 정한이가 책으로 낸 것. 시에 대한 글쓰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는 시라는 것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라고, 또, 무의식에서 들려오는 비언어를 언어화 하는 작업이라고 보기 때문에 역설적인 표현이 많다. 일상 생활이나 정치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 내용보다도 표현의 측면에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리]

 

1. 나를 잃는 시 쓰기

 

2. 시 창작 교실

103) 웅울과 명랑 - 시가 온통 상처와 신음으로 덮여 있어도 좋다는 말을 들려준다. 하지만 앞 못 보는 마음의 어둠을 멀리서 감싸주는 영혼의 광원을 느끼지 못하면 마음 전부가 다쳐서 허물어질 수 있다고도 하고, 우울은 필요하지만 명랑은 필수라고 조언도 한다. 

우울은 시 쓰기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지만 명랑은 그걸 끝까지 해내게 하는 힘 아닐까. 

158) 결말은 닿을 수 없는 곳이고, 닿으면 사라지는 곳이고, 종점이 아니라 출발점이고, 졸다가 지나쳐 잘못 내린 정류장이다. 시를 쓰는 자신이 영문도 모르고 태어난 지구 위에서 놀라 두러번거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시는 문득, 결말에 닿은 것이다. 그러나 그 결말은 지구를 탈출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처럼 정확한 곳이다. 

180) 그[시인]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자백해야 하는 피의자 같다. 전생을 떠올리려고 낑낑대는 원숭이 같다. 

 

3. 생활 서정

 

4. 쉰 목소리로

260) 시는 늘 문제 이전으로 가서, 아직 문제라는 몸을 얻지 못한 그 사태, 사람, 목소리와 한 몸이 되려 한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268) 고행에 몰두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제자 스로나에게 부처님이 팁을 주었다. 거문고 줄이 너무 팽팽해도 느슨해도 조리가 잘 안 나듯 수행도 지나치면 들뜨게 되고 모자라면 게을러진다고. 적당한 강도로 조율해야 한다고. '심금'의 유래가 된 고사라 한다. 마음속 감정의 거문고는 외부 자극에 섬세하게 반응해 움직인다. 심금이 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