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의 길에는
이제 막 포핸드를 배우기 시작한 초보에서부터
스트로베리 신기술마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프로 중의 프로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대가 그 넓은 스펙트럼의 어디에 있던
탁구의 길로 들어선 이상
성심성의껏 탁구의 신을 받들어야 한다
탁구의 신은 그대의 노력에는 물론
그대의 기도에도 일절 답하지 않는다
다만 말없이 얼음보다 차갑게
그대가 친 공의 향방을 결정할 뿐이다
그대가 탁구의 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순간
상대와의 다툼은 시작되고
손목이 삐끗하고
엘보가 찾아오고
회전근개가 파열되고
목과 허리와 무릎의 통증은 배가 할 것이다
자칫 탁구의 길을 떠나 범부의 생을 살아야 한다
탁구의 신이 바라는 바를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언제나 성심성의껏 받들어야 한다
준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상대가 하수이든 고수이든
내 부족함을 채워줄 파트너로 존중해야 한다
그대의 열과 성을 탁구의 신에 바칠 때
이기고 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도록 노력하라*
*마지막 3행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나오는 말을 약간 바꿔 인용했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한 것이 저수지이지요 (0) | 2023.08.16 |
---|---|
길을 놓치다 (0) | 2023.08.15 |
그 순간 (0) | 2023.08.14 |
The road to the reservoir is open all the time (0) | 2023.08.13 |
저수지로 가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0) | 202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