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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한국시집

최승자 - 물 위에 씌어진. 천년의시작. 2011(2016).

by 길철현 2023. 9. 13.

- 후감

최승자는 초기 시로부터 먼 길을 걸어왔다. 시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긴 호흡이 필요한데, 잘 읽히는 대로 그냥 읽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접할 길이 있으리라. 

 

 

황현산 - 말과 감각의 경제학

75) 그가 겪은 정신적 위기는 개인적 위기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시가 멀지 않아 감당해야 할 위기이기도 했다. 

79) 최승자는 낮은 목소리로 절약해서 말한다. 그는 외딴 섬에 조난당한 사람이 마지막 빵을 조금씩 아껴서 떼어 먹듯이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악의 궁지에 몰린 최승자가 이 궁지에서만 가능한 시를 썼다는 것이며, 욕망과의 나쁜 인연을 욕망에서의 해방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84) 최승자는 가장 가벼운 육체로, 가장 잘 활용된 감각으로, 인색하게 허락되는 언어로, 간명한 사상으로, 경제적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사용되는 시적 선회로, 우리 시대에 가장 투명한 말의 거울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