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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묘비명

by 길철현 2024. 2. 2.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는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지. 1979.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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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주의적 사회에 대한 강렬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