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여인이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박눈을 맞으며
사랑으로 넘쳐나는 도심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다
버젓한 시인이 된 선배가
서른 중반의 나이에
대학 문단에도 못 미치는 글로 어떡하자는 거냐
금시라도 내 시를 쓰레기통에 쑤셔박을 듯
질타하고 있다
누군가가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는 이 밤
몇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절망처럼 퍼부어 대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두 무릎이
돌이킬 수 없게스리 꺾이고 있다
(20010613)
(20010703)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퀴벌레 (0) | 2024.09.05 |
---|---|
영화에의 초대 3 -- 큐브 (1) | 2024.09.03 |
첫사랑 (0) | 2024.09.03 |
[도덕경] 일 해석 (2) | 2024.09.03 |
시가 짧아 (0) | 2024.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