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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성탄 전야

by 길철현 2024. 9. 3.

내 사랑하는 여인이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함박눈을 맞으며

사랑으로 넘쳐나는 도심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다

 

버젓한 시인이 된 선배가

서른 중반의 나이에

대학 문단에도 못 미치는 글로 어떡하자는 거냐

금시라도 내 시를 쓰레기통에 쑤셔박을 듯

질타하고 있다

 

누군가가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는 이 밤

몇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절망처럼 퍼부어 대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두 무릎이

돌이킬 수 없게스리 꺾이고 있다

 

                                              (20010613)

                                              (200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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