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모, 김재홍 편저, 한국대표시 평설, 문학세계사, 2000년 8월 15일
(김용직, 박철희 편, 한국 현대시 작품론, 문장)
거의 4개월의 대장정 끝에 이 두터운 한 권의 책을 끝냈다. 그 와중에 나는 최남선에서부터 박노해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시를 다시 살펴볼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새로 접한 시인도 중간중간에 몇몇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시들은 대체로 이전에 한 번쯤은 읽었던 것이다. 이번에 시를 읽고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고, 또 평설을 읽으면서 시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을 엿볼 수도 있었다.
우리 시에 대한 고찰을 최남선에서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 한문 실력이나, 고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이전 시들을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자명하지만, 해설이 잘 된 책의 도움을 받아서, 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한 것이리라. 어쨌거나, 나는 문학에 내 목숨을 걸기로, 목숨을 건다는 건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결심했다. 그 결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뚜렷하게 가시화 된 것은 작년 8월 31일과 9월 1일 사이였으며, 올해 들어와서는 그 결심 아래에서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좀 더 치열한 의식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겠다는 마음이 공고한 이상 다른 것은 차후의 문제이다.
내 시공부는 90년대 시인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현재 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정지용, 백석, 이용악, 김수영 등 내가 예전에 시를 읽을 때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시인들을 한 명씩 차근차근히 공부하는 것 등, 두 측면에서 동시에 행해질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도, 다른 기술을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요소가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비록 성취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 노력하는 와중에서 우리는 삶을 좀 더 절실하게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걸어나가는 것이다. 뛸 때도 있고, 쉴 때도 있고, 물러날 때도 있겠지만,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걸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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