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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독서일기06-10

리처드 스웬슨, 과학으로 만난 하나님, 복 있는 사람(060415)

by 길철현 2016. 12. 6.

*리처드 스웬슨, 과학으로 만난 하나님, 복 있는 사람(060415)

 

동생의 믿음 체계나 사고의 편협성이 심히 걱정이 되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동생이 읽으라고 권한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라기보다는 반감이었다. 아니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논리적 허점을 동생에게 지적해 보여주고 싶었다. 첫 부분에서 나는 이 책이 보여주는 논리적 비약에 상당한 반감을 느꼈으나,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의 저자에게 철학적인 배경이 좀 더 뒷받침 되었다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나름대로는 현대 과학의 성과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큰 틀에서 보아, ‘유비 논증이라는 귀납적 추론 형식에 기대어 전개되고 있다. 정교한 시계가 그 제작자를 가지고 있듯, 그 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우주는 반드시 창조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추론은, 만일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사실들이 옳다면, 그러니까, 진화에 의해서 현생 인류가 탄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확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진술이 타당하다면, 창조자라는 개념을 우주를 설명하는 모델에서 첫 번째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때, 이 창조자라는 개념이 정당성을 띠기 위해서는 유비 논증의 오류 확률을 감수해야 하고, 진화의 가능성이 불가능한 확률이라는 사실들이 정확해야 한다(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어야 한다). 그 다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나 고릴라 등이 보여주는 유사성과, 또 동물과 식물, 생물과 무생물이 보여주는 차이점과 공통점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고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진화론이 지닌 이론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과학자들이 진화론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과학적, 고고학적, 지질학적 증거들을 확실히 뒤집을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지적하고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우리가 창조자라는 개념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철학적으로 보자면, 이 창조자 혹은 절대자라는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1동인에 가닿는다. 그런데, (물론 내 공부가 부족해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1동인으로서의 절대자 혹은 창조자는 인간의 역사 밖에 존재한다.), 그 창조자가 어떻게 해서 기독교의 하느님으로 연결되는지 저자는 논리적 연결 고리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저자의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사고에 있어서의 빈약성이 그대로 노정되는 부분이다. 이 문제는 그러니까, 우리가 창조자 개념을 믿든 믿지 않든, 또 더 나아가 신이라는 개념이 무엇이든 간에, 인간이 그 동안 발전시켜온 언어와 논리의 문제를 쉽사리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 우리는 과연 신은 둥근 사각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만일 신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신의 존재는 전능하므로), 우리와 신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생기고 만다. ‘둥근사각형이라는 상호 양립 불가능성을 신이 어떻게 넘을 수 있는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 몸의 정밀함, 우주의 정교성과 복잡성, 이런 것을 근거로, 창조자를 상정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창조자가 기독교의 하느님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점이 이 책, 저자의 사고의 한계이자, 이 책이 지닌 결정적인 약점이다.

이 부분은 다시 말해 존재와 인식이라는 철학적인 기본 명제에 대한 고찰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현상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은 수다한데, 다른 해석을 배제하고 하나의 해석을 선택할 때에는,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해석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확대하고, , 배제되는 해석이 지닌 문제점과, 하나의 해석이 타당하다는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부분에서 성급하다. 해석의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없고, 자신이 선택한 해석의 타당성에 집착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긴 하지만, 우리 몸이 수행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부분에 대한 설명에서, 우리는 우리 몸의 자율성에 믿음을 갖게 된다. 우리의 의식 작용 없이도, 여러 정밀하고 복잡한 작업을 우리 몸이 수행하고 있다는.) 인간의 환경에 대한 해석이 엄밀해진 만큼, 우리 사고 작업도 이전보다 더 엄밀하고 복잡성을 띠게 되었다. 그러한, 사고의 엄밀성을 보이지 않는 말과 글은, 엄밀한 사고의 공격을 이겨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타인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에는 엄밀한 사고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에게는 자신의 의학과 기타 과학적 지식이 철학, 신학적 지식이나 믿음과 맞닿을 수 있는 사고의 훈련과 공부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