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8 영일대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명문대를 나왔건만 변변한 직장조차 못 구하고 만학도로 들어간 대학원에서도 끝내 학위 취득마저 실패, 제 깜냥도 모른 채 작가의 꿈 하나만 전가의 보도인양 간직해 왔는데 등단조차 못하고 육십이 내일, 하나하나 차분히 따져보면 이 모든 게 본인 탓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지요 정신과 의사의 지적을 부인할 수도 없어 난 모래 한 톨 크기로 짜부라들었다 치이고 밀려 바닷가까지 와버린 한 톨 모래마냥 영일대 앞 바다를 바라보며 십원은 있어도 구원은 없다며 그 어디에도 언제에도 가닿지 못하는 뜻 모를 말을 토해내고 있는데 철 이르게 해변을 찾은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웅덩이를 파고 파낸 웅덩이에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고 날이 기우는 것도 모른 채 열과 성을 다해 놀고 있다 십원이니 구원이.. 2023. 9. 2. 발걸음도 가볍게(초고) 일찍 눈이 떠져 동네 산보에 나선다 웬일로 마음 고요롭고 발걸음도 가볍다 어두운 거리를 지나가는 차의 소리도 귀에 덜 거슬리고 매미와 뭇 벌레의 울음소리는 정겹다 길가에 드러누워 내 눈치만 살피는 길고양이 한 마리마저 사랑스럽다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노인의 속사정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렇다, 하늘이 나를 지상에 내려보낸 까닭도 숨이 끊어져 숨을 쉴 수 없는 고통도 몸이 뒤틀리는 쾌락의 절정도 이해를 넘어 오해에 이를 지경이다 시인이 왜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는지가 정답지처럼 또렷하고 급기야 유독 밝은 별 하나가 은근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까지 들린다 아무래도 어제 먹은 술이 덜 깬 모양이다 2023. 9. 1. 청계천에서 -- 전태일 법이란 것이 국가의 폭력이기도 해그래서 좆같을 때도 많지만버젓이 존재하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아무도 처벌 받지 않고아무리 하소연하여도누구도 코털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이 현실몸부림칠수록 초라해지는 이 현실나라가 가난하니우리 노동자는 더욱 가난하고코피 터지는 어지러움에도미싱에 매어달릴 수밖에 없구나길이 보이지 않는다길이,어디로, 어떻게, 왜 삶이? 어두운 기억의 저편은 쉽사리 망각으로 덮어버렸나다리 아래로 맑게 흐르는 물을 따라사람들은 풍요를 노래하며 산책하고내 옆에선내 또래의 젊은 한국 남자가외국 여자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 '어두운 기억의 저편'은 이균영의 소설 제목에서 차용. 2023. 8. 28. 시 시를 쓰는 것보다 시를 읽는 것이 좋고 시를 읽는 것보다 시집을 사는 것이 좋다 오늘도 난 시집을 찾아 길을 나선다 2023. 8. 27.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