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소설65

김훈 - 현의 노래. 생각의나무. 2004 김훈의 [칼의 노래](2001)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비장하면서도 냉정하다, 정도가 될까? 그런 그의 스타일은 [남한산성](2007)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김상헌이 얼어 붙은 한강을 건네 준 사공을 칼로 베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역사는 그의 소설의 주된 소재여서 조선시대 후기의 천주교 박해를 다룬 [흑산](2011) 또한 인상적이었다(현대를 다룬 [공터에서]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하다. 현재 [내 젊은 날의 숲]을 읽고 있는데, 이 작품도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화자인 여자 주인공의 시점이 자꾸만 작가 시점으로 가려 한다. 남자 작가들의 경우 여성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내지 못하는 것으로 비판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는데, 김훈도 여성성을 제대.. 2021. 10. 30.
이창동 - 녹천에는 똥이 많다. 문학과지성사. 1992 2. 녹천에는 똥이 많다, 문지, 1992, 1993 *진짜 사나이 [내용] 87년 ‘6월 항쟁’ 중에 소설가인 나는 노동자 출신인 장병만과 같이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풀려난다. 장병만은 나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지 식사를 청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정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소설가인 나를 굉장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민주화라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 나는 노동자가 ‘죽어라고 노동하고 고생하면서도 자기가 일한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시정하는 것도 바로 민주화’라고 대답을 해준다. 이후 장병만은 부지런히 시위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데모에 가담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나의 후배 한 명은 새로 창간할 잡지에 장병만의 이야기를 싣고 싶은데 그 일을 내가 맡아 주었으.. 2021. 8. 2.
이창동 - 소지. 문학과지성사. 1987 [이창동 감독에 대한 관심은 나의 경우에는 [박하사탕](1999)이 던진 강렬함도 중요하지만 [밀양](2007)의 존재론적인 측면에서의 삶의 의미를 묻는 그 절절함이 더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버닝]은 현시점에서의 청춘들의 혼돈과 불안과 분노를 밀도 있게 포착한, 그와 동시에 모순과 다층성을 담고 있는 다소 난해한 작품이다. 2008년도에 나는 이창동 감독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의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소설집 두 권에 대한 정리는 마쳤으나, 영화에 대한 평은 데뷔작인 [초록물고기] 밖에 적지 못했다. 중단된 그 작업을 [버닝]이 던진 충격파와 함께 다시 재개한다.] 가. 전리(戰利) (83년) [내용]학생 운동을 하다 수감된 김장수는 간경변 때문에 형집행이 정지된다. 대학 친구와 후.. 2021. 8. 2.
구효서 - 낯선 여름. 중앙일보사. 1994 이 소설은 소설 자체보다 홍상수 감독의 충격적인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원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나 역시도 홍상수의 영화들을 재시청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 작품을 집어 들고 잠자기 전에 조금씩 읽어나갔다. 그런데, 소설과 영화는 거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이름만 좀 바꾸었다면 관련성을 완전히 지울 수도 있었을 듯하다. 제목의 "낯선"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구효서는 통상의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만남을 갖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김효섭과 강보경의 각각의 시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소설의 호흡은 느리고, 소설가인 김효섭(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작가인 구효서를 그대로 연상시킨다)은 몇 번의 연애 뒤에 자신의 아이를 잃은 임정화라는 여인과 결혼을 하지만 그야말로 첫날밤을 치..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