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40 세일즈맨의 노래 -- 여대운 등줄기가 젖은 줄도 모르고 오늘도 걷는다. 모가지 팔아 꺼져가는 걸음을 연명하나니 침묵을 노니는 자여 날 업고 뛰어라 기어라 한줄기 낙엽처럼 배고픈 연인의 어깨는 떨고 입이 열한 개, 거미줄 치더라도 못다 한 말조차 잊었노라 [내재율 1호](1985) 2022. 3. 8. 비 -- 오규희 네 문을 닫지마 풀리지 않아도 용해되는 굳게 걸린 빗장 깊이 묻어두어도 어둡게 스며드는 외면하고픈 사실 문을 닫지마 외로움은 날고 싶어한다 그 열린 틈으로 [내재율 1호](1985) 2022. 3. 8. 일기 -- 장박원 얼룩진 시간의 파상선상 적막한 멈춤 속에 별을 심는다. 오고 가는 무심한 인삿말과 뜻없는 미속 속에 묻힌 '오늘'이란 숨가쁜 삶이 사라진 협착한 골짝. 특별히 사랑할 만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죄목 빼고는 아쉬움은 없었으리라 '오늘도'라고 나는 적는다. 쾌활과 기쁨과 격려의 대화 속에 숨겨진 고독과 슬픔과 안타까움의 파상선상에 서서 [내재율 1호](1985) 2022. 3. 8. [내재율 1호] 간행시 -- 내재율, 그 창간을 즈음하여 -- 오형엽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말들이 어김없이 부서져 사각이는 소리를 낼 때, 그래도 아픔은 노래하여야 이겨낼 수 있다고 텅빈 가슴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태양의 파편을 맞은 새들이 숲으로 깃드는 저녁 어스름 무렵 문득 고개돌리면 비가 내리고,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젖는 잔디에서 되살아나던 어머니의 젖냄새. 하염없이 고개숙여 입맞추고 입맞추는 너와 나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강물 하나 열어놓고 다시 걷기로 했다. 2022. 3. 8.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