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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160718(다르다와 틀리다)

by 길철현 2016. 7. 18.


우리 말 표현 중에 사람들이 많이 혼동해서 쓰는 것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이다. 가르치다를 써야 할 경우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가리키다(혹은 원래는 없는 표현인 가르키다를 쓰기도 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사정이 왜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경우에는 아마도 단순한 혼동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표현의 경우에는 단순한 혼동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이 두 말의 경우에도 다르다를 쓰는 것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다수의 사람들은 틀리다를 쓴다(누군가의 말처럼 다르다와 틀리다는 같지 않고 다르다). 며칠 전 백두산(장백산)을 패키지로 갔다 왔는데, 조선족 출신의 가이드는 약간 과장을 하자면 나보다도 우리말을 잘 한다고 해야 할 정도로 청산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표현에서는 계속 오류를 범했다. 중국과 한국은 틀리다. 화장실 문화가 서로 틀리다. 이 분이 이런 오류를 범한 것이 조선족 내에서의 언어 사용에서 기인한 것인지 - 그쪽 지방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혼돈이 일어나고 있는지 - 아니면 이 분이 한국에 와서 살던 중에 익힌 것인지를 판가름할 구체적인 증거는 없고, 이 두 말의 혼동과 오용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것인지 - 그것 또한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비록 사람들이 이 두 단어의 사용에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아무리 지적한다 해도, 가르친다와 가리키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또 이미 표준말이 역전이 되어 버린 자장면과 짜장면, 쇠고기와 소고기, 갈치와 칼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이 틀리다의 거대한 힘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초에 영국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도 잠깐 언급을 했지만, 영문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우리의 문화의 차이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다(아마 그 대표적인 것이 차의 진행 방향이리라. 우리나라에도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것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철도이다. 그 여파로 서울 지하철 1호선도 다른 호선들과는 달리 진행방향으로 볼 때 왼쪽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 때 나는 대담(혹은 무모)하게도 운전을 해보는 시도를 했다. 마음 속으로 왼쪽으로, 왼쪽으로를 외치면서. 하지만 20년 동안의 오른쪽 운전 습관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오는 반대편 차량 앞에서 거듭거듭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했고, 와이퍼를 중단시킬 때에도 의식적으로는 내려야 한다고 아무리 외쳐도, 내 손은 와이퍼를 거꾸로 올려서 와이퍼가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빌린 렌트카를 반납할 5일 째가 되자, 길도 좀 알게 되고 해서 운전이 상당히 수월해졌다). 그 때 내가 느낀 불편함 때문에 정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두 말의 오용에는 다름이 가져다 주는 불편함이라는 것과 깊이 연관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역지사지라고,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 놓는다면, 그러니까 한국에 온 영국 사람은 또 그 다름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자기 중심적인 무의식적 욕망을 추종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자칫 물리적 충돌이나, 아니면 소수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영어에서는 내가 아는 한 이 두 단어에 대한 오용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어에서만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도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리라).


인간이 입으로는 아무리 이성을 소리 높여 외쳐도, 결국에는 동물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 두 말의 오용의 대세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 어렵게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