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에서 건진 고흐의 별빛 -- 황동규
방금 세일에서 건진 고흐의 복사화 별 빛나는 하늘 아래 편백나무 길 한가운데 편백나무 두 줄기가 서로 얼싸안고 하나로 붙어 서 있는 밀밭 앞길로 위태한 마차 한 대 굴러오고, 하나는 삽을 메고 하나는 주머니에 두 손 찌른 채 농부 둘이 걸어오고 있다. 하늘 위에 별이라곤 왼편 귀퉁이에 희미한 것 하나만 박혀 있고 (별나라엔들 외로운 별 없으랴) 나머지는 모두 모여 해와 달이 되어 빛나고 있다. 빛나라, 별들이여, 빛나라, 편백나무여,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게 어디 있는가. 있다면, 고흐가 채 다녀가지 않았을 뿐. 농부들을 붙들고 묻는다. '저 별들이 왜 환하게 노래하고 있지요?' '세상에 노래하지 않는 별이 어디 있소?' 빛나라, 보리밭이여, 빛나라, 외로운 별이여, 빛나라, 늘 걷는 길을 걷다 이상한 사..
2022.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