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910 영국 여행 이야기(3) - 책 정리(B) 처음에 주인집으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책을 처분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방을 새로 구하고 이사를 하고, 다시 책을 다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성가실 따름이었다. 하지만 지난 6년 사이에 전세가 많이 올라서 4천으로는 6,7천여 권의 책을 둘 만한 공간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거기다가 대출 이자가 점점 더 내려가 전세는 줄고 반전세나 월세가 많아진 탓에, 전셋방 자체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동안 줄곧 해왔던 영어 과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줄어 들다가, 2012년 [독학사] 강의를 맡으면서는 완전히 그만 둔 상태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세를 구하는 와중에 있었던 우스운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이 난다. 전셋방을 구하는 일.. 2017. 9. 11. 영국 여행 이야기(2) - 책 정리(A) [본격적인 여행기를 적기에 앞서서 어떻게 해서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가, 를 둘러싼 이야기도 나로서는 흥미로운 부분이어서 먼저 그 부분부터 적어나가야 할 듯하다. 앞서 이 영국 여행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여행 전에 일어난 이 일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이 두 가지 일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먼저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의 사정을 한 번 정리해 보자. 당시, 그러니까 2015년 12월 무렵, 나는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 코스인 [종합 시험](다른 학교에서는 [논문 자격 시험]이라고 하기도 하던데)을 마치고, 논문을 쓰기로 한 조지프 콘래드의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었다. 이 당시 나는 나의 과도한 '.. 2017. 9. 9. 영국 여행 이야기(1) -- 들어가는 말 (20241214) 이 미완의 글을 언제 다시 착수할 수 있을지, 착수한다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기억보다는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일단 써둔 부분을 올려본다. 1. 들어가는 말 두어 달만 지나면 내 나이는 만으로 쉰하나가 된다. 그냥 쉰도 아니고, 쉰하나다. 그것도 만으로 쉰하나라는 것이 잘 믿기진 않지만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문득 문득 서른을 넘긴 뒤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서른을 좀 넘긴 나이었을 때, 여동생이 자살을 기도하여 일 년 넘게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었고, 어머니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동생의 간호를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 2017. 9. 8. 재인 폭포에서 - 줄 위에 오른 재인 재인 폭포에서 - 줄 위에 오른 재인 간밤 내리던 비 그쳐 하늘은 높푸르고 폭포는 맑고 힘차게 흰빛으로 부서져 내린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아무리 곱씹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요 일장춘몽인 것만 같구나 허나 이 절벽과 저 절벽 사이 수십 길 허공에 걸어둔 길 위에 맨몸으로 올라서서 바람의 방향 가늠하고 두 팔을 벌린 채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취한 듯 홀린 듯 위태롭게 흔들리며 나아가는 이 순간 온갖 상념들은 뒤로 물러나고 길이 끊어진 곳에서 스스로 길로 일어선 폭포 소리만 다시금 번개처럼 나를 꿰뚫는다 * 시를 쓴 것도 참 오랜만이고, 요즈음엔 시를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몇 번 쓰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만 재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2017. 8. 12. 이전 1 ··· 466 467 468 469 470 471 472 ··· 4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