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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49

폴 발레리 - 해변의 묘지 비둘기들 거니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 꿈틀거리고, 올바름인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로 바다를 구성한다, 늘 되풀이되는 바다를 ! 오, 신들의 고요에 오래 쏠린 시선은 한 가닥 명상 뒤의 고마운 보답 ! 날카로운 번갯불들이 얼마나 순수한 작업이 잗다란 물거품의 숱한 금강석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 그래서 얼마나 아늑한 평화가 잉태되는 것만 같은가 ! 하나의 해가 심연 위에 쉴 때는, 영구 원인의 두 가지 순수 작품,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바로 앎이다. 단단한 보물, 조촐한 미네르바 신전, 고요의 더미, 눈에 띄는 푸짐한 저장, 우뚝 솟은 물, 불꽃 너울 쓰고도 그 많은 잠을 속에 간직한 눈이여, 오, 나의 침묵 ! 넋 속의 신전, 그러나 기왓장도 무수한 금빛 등마루, 지붕아 ! 단 .. 2023. 4. 27.
테드 휴즈 - 생각 속의 여우(Ted Hughes - The Thought Fox) The Thought Fox (1957) I imagine this midnight moment's forest: Something else is alive Beside the clock's loneliness And this blank page where my fingers move. Through the window I see no star: Something more near Though deeper within darkness Is entering the loneliness: Cold, delicately as the dark snow A fox's nose touches twig, leaf; Two eyes serve a movement, that now And again now, and now.. 2023. 4. 19.
파블로 네루다 - 시 시(詩) /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2023. 4. 19.
에드워드 토머스 - 애들스트롭(Edward Thomas - Adlestrop) 애들스트롭 -- 에드워드 토머스 그래, 애들스트롭을 기억하지 -- 그 이름이 기억나, 무더운 어느 오후 급행열차가 뜻하지 않게 그곳에 멈춰 섰지. 6월 말 어느 날. 기관차는 쉬익거렸고, 누군가는 헛기침을 했지. 역의 텅 빈 승강장에는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었지. 내가 본 것은 애들스트롭이란 역 이름뿐. 그리고 머리 푼 버드나무, 분홍바늘꽃, 풀밭, 흰 터리풀과 볕을 쬐고 있는 건초 가리. 하늘 높이 떠 있는 조각 구름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고요하고 외로운 아름다운 풍경이었지. 그런데 바로 그 때 지빠귀 한 마리가 가까이에서 지저귀었지, 그러자 새 주위에, 더 아스라이, 더 멀리 멀리에서, 옥스퍼드셔와 글로스텨셔의 모든 새들이. (번역 - 필자. 의역이 좀 있음. '차일피일'의 번역 참조) Adle.. 2023.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