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9 인간은 왜 이상한 걸 믿을까? 인간은 왜 이상한 걸 믿을까? 고양이는 사라졌는데 고양이 목소리만 남았다는 둥 처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마도 법적 처녀겠지)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였다는 둥 개가 이웃집 과부를 지극히 사모하여 상사병으로 죽었다는 둥 동물들도 인간처럼 이상한 걸 믿을까? 동물들은 워낙 말수가 적어 잘 알 순 없지만 인간 정도로 심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상한 걸 믿는 특성은 인간이 지닌 장점으로 고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돌이키면 인간은 동물이기도 하니 (이걸 안 믿는 사람에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상한 걸 좀 덜 믿을 수도 있을 듯하다 2023. 7. 28. 탁구의 길 11 정수리에 새겨야 할 대원칙 눈으로 보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안타깝지만 탁구를 칠 수 없습니다 현대인의 감각 기능이 떨어져 무협지에 나오듯 소리만 듣고 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리로 잡고 (다리가 없거나 불편하여 휠체어 탁구를 치는 선수들은 예외입니다) 팔로 스윙을 한다 (두 팔이 없어도 탁구를 칠 수 있습니다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이집트의 하마드투는 입에 라켓을 물고 오른발로 서브를 넣으며 경기를 합니다) 2023. 7. 26. 저수지가 날, 그게 아니라면 내가 저수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저수지가 날 불렀어언제부터였을까첫사랑이 빠져 죽은 데인 모양저수지가 날 불렀어너도 아니고 그도 아닌저수지가 날 불렀어새벽이었나 아침이었나태양이 뜨거운 대낮이었나눈보라 몰아치고 모든 게 꽁꽁 어는 대한 쯤이었나난 처음엔 당연히 듣지 못했지저수진 무서운 곳이야저수지를 찾는 건 인생을 허비하는 자들이나 하는 짓이야교과서가 아니더라도엄마 아부지 삼촌 동네 어른모두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지그래도 저수진 날 불렀어목이 다 쉬고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면서도마냥 무서워서저수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어그렇게 시간이 흘러늙다리가 되어 버린 나를저수지가 다시 한번 날 불렀어아마도 빈사의 상태였을 거야어느 깊은 밤물귀신에 홀린 듯난 저수지 앞에 서 있는 날 보았지허연.. 2023. 7. 26. 탁구의 뒤안길 - 탁구에 대한 맹세 1. 나는 탁구의 신에 봉사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1. 하찮은 생업은 다른 가족에게 미룬다. 1. 일년에 적어도 366일은 탁구를 친다. 1. 하루에 최소 두 시간은 서브 연습을 한다(조시 좋으면 네다섯 시간도 OK). 1. 잔 부상은 주이상스로, 큰 부상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넘어간다. 1. 고수에겐 아양을, 하수에겐 콧방귀를. 1. (시합에 임해선) 눈에는 미소를, 마음엔 비수를. 1. 내 몸을 먼저 풀고 상대방에겐 몸 풀 기회를 주지 않는다. 1. 상대방의 반칙은 온몸으로 항의하고 내 반칙은 은근슬쩍 넘어간다. 1. 실력에서 밀리면 지극정성 타법으로, 그래도 안 되면 네트와 에지로, 아무리 해도 안 되면 강온 변화무쌍한 심리전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는다. 1. 아무리 지*발*을 해도 안 되면.. 2023. 7. 25.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5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