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450 이동훈 - 몽실 탁구장 몽실 탁구장 이동훈 동네 탁구장에몽실이를 닮은, 작은 체구에 다리를 조금 저는 아주머니가 있다.상대의 깎아치기 기술로 넘어온 공은되깎아 넘기거나 살짝 들어 넘기고강하고 빠르게 들어오는 공은힘을 죽여 넘기거나 더 세게 받아칠 줄 아는 동네 고수다.하루는 권정생 닮은, 빼빼 마른 아저씨가 탁구장에 떴다.허술해 보여도 라켓 몇 개를 지닌 진객이다. 몸 좀 풀 수 있냐는 요구에몽실 아주머니가 아저씨의 공을 받아주는데조탑동의 인자한 그분과 다르게이분은 탁구대 양쪽만 집중 공략하는 극단주의자다.이쪽으로 찌르고 저쪽으로 때리기를 반복하니불편한 다리로 한두 번 몸을 날려서까지 공을 받아주던몽실 아주머니가 공 대신 화딱지를 날렸다.-- 이렇게 몸 풀려면 혼자 푸시고요.-- 남 .. 2024. 9. 18. 관천리에서 하나의 강이 그 생명을 다하고더 큰 강으로 흘러드는 곳,웬일인지 강물은 호수보다 잔잔하고가을 햇살 또한 차가운 듯 따사합니다노랗게 붉게 물든 산이 눈을 즐겁게 하고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강 건너 아득한 개 짖는 소리마저정겹게 들립니다햇살이 물 위에 어룽져무수한 은빛 비늘을 뒤척이고사람 소리 차 소리 숨죽인하염없이 평온한 이 광경을바라보기만 해도 완성되는 한 편의 산수화를하루 왼종일잡생각 떨쳐버리고마냥 들이킬 수 있을 듯합니다달랠 수 없는 핏빛 눈물 하나깊어가는 가을 투명함 속에 풀어버리고 * 관천리는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다. (20141110) .. 2024. 9. 18. 헤르만 헤세 - 안개 속에서(Hermann Hesse - Im Nebel)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숲이며 돌은 저마다 외로움에 잠기고나무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던 시절엔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이제는 안개가 내리어보이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모든 것에서사람을 떼어 놓는 그 어둠을조금도 모르고 사는 사람은참으로 현명하다 할 수는 없다.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인생이란 고독한 것.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산다.모두가 혼자다. - 실제로 타인과 절연된 그런 순수 공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살면서 고립감과 단절감을 또한 느낄 수밖에 없다. 헤세는 그러한 순간을 안개를 빌어서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다(약간 다른 뉘앙스이기는 하나 오리무중이라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도 떠오른다).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이 언제.. 2024. 9. 16. 인지증 추석을 맞이하여 고등학교 동창 넷이 모였다육십이 내일이라모두 머리가 허였다모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나이 들면 모두 걸리는 병인데치매라는 말은 치매스럽다나라에서도 바꿀 계획이라는데나부터라도 이웃나라에서 쓰고 있는인지증이라고 일단 고쳐본다 2024. 9. 13.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3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