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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먹이고 재우고목욕재계시키고털도 깎아주고깎은 털이 추울까옷까지 입혀주고걸으면 흙 묻을까유모차에 태워 유람까지 시켜주고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런 날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것일까주인 위의 상주인그 이름은 반려견이라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주인이 변심을 하면대박이 쪽박으로깨어진 밥그릇 하나 물고 사람들 발길질 피해쓰레기통 뒤적이고길냥이용 음식을 낚아채다자칫 유기견 보호소로 끌려가안락사하기 십상이라 중장비 보관소에 사는 흰둥인집도 있고 하루에 한 번씩은 밥그릇에 사료도 담아두지만목욕은 구경도 못해땟국물이 줄줄줄그래도 목줄은 없어잔돌 깔린 좁너른 마당을 연하 남편 누렁이와 뛰놀고마당으로 들어온 비둘기 쫓아다니다가끔씩은 문틈으로 빠져나가마실을 나서기도 했다 부족한 대로부족한 줄도 모르던 흰둥이어느 날누렁이 많이 아파 멍.. 2024. 9. 9.
직소천에서 경치 참 죽이재. 선경이 따로 없다카이. 강 너머, 저기 멀리, 바위들 사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 보이나? 비가 마이 올 때만 생깄다 금시 없어진다고 벼락폭포라 안 카나. 절로 가는 길이 없어 보이도 다 갈 수 있는 기라. 그때도, 지금처럼, 대낮부터, 소주 두 병, 병나발 불고 폭포 위로 올라갔재. 고마 두 눈 딱 감고, 뛰어내릴라 안 캣나. 그런데, 차마 다리가 안 떨어지대. 무신 미련이 남았던가 몰라. 허공으로 한 발짝만 내디디면 고마 게임 끝인데 말이야. 그라고 보이 벌써 십 년도 더 전이네. 부평초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건 그때나 육십을 훌쩍 넘긴 지금이나 마찬가지구만.  *직소천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을 지나는 지방하천이다. 2024. 9. 8.
직소폭포에서 저 수직의 높이가 누군들 무섭지 않겠는가 등 떠밀려 온몸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물줄기는 또 얼마나 아플 것인가 온몸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온몸으로 맞받을 수밖에 없는 바위는 또 얼마나 아플 것인가 용소는 시퍼렇게 몸을 퍼덕이고계곡은 울음에 지쳐 자꾸 가라앉는다                                       (20040714) 2024. 9. 8.
폭포에서 폭우가 한 바탕 지나가자하얗게 흔적만 남아있던 폭포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아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추락이 생명의 본질이라는 아이러니 따위폭포는 아예 되새김하는 일이 없다일 밀리미터의 머뭇거림도 없이수직으로 허공을 가르며산산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벼랑이 없더라면허공이 없더라면자신도 없다는 걸 진작 알아차린 모양이다 심장을 쩌렁 가르는 천둥소리폭포는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20010702) 2024.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