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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 생사 생사           김광규 방독면 쓴 방역요원들이 계사에사정없이 분무기로 소독약을 뿜어대고닭과 오리 수천 마리를 비닐백에 잡아 넣어한꺼번에 살처분한다조류독감 때문이다출입통제선바깥의 냇가에는어디서 날아왔나청둥오리들 한가롭게 무자맥질하며 놀고백로 몇 마리 한 발로 서서명상에 잠겨 있고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111. - 인간의 필요에 의해 수천 마리씩 사육하고, 또 각종 전염병 때문에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현실. 그 현실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2024. 9. 6.
김광규 - 땅거미 내릴 무렵 땅거미 내릴 무렵                            김광규 짙푸른 여름 숲이 깊어갑니다텃새들의 저녁 인사도 뜸해지고골목의 가로등 하나 둘 켜질 때모기들 날아드는 마당 한구석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밀려오는 어둠에 잠깁니다어둠이 스며들며 조금씩온몸으로 퍼져가는 아픔과 회한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혼자서 지긋이 견딥니다 남은 생애를헤아리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몫이려니 나의 육신이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려니그저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고땅거미 내릴 무렵마당 한구석에 나를 앉혀 둡니다차츰 환해지는 어둠 속에서한 점 검은 물체로 내가멀어져 갈 때까지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2007. 30. -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마당 한구석에 앉아 짙어가는 노년을 성찰하는 시. '환해지는 어둠 속'이라.. 2024. 9. 6.
탁구의 길 13 - 아이고, YG 애초에 이 서브는 이름부터 나랑 맞지 않아Young Generation이십 년도 더 전언감생심선수들이 하는 걸 보고 흉내를 내기 시작했으나그때도 이미 젊은 세대라고는 할 수 없는 중년이었으니재주도 없는 자가선수들마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고급 기술로 뛰어들었다가빼도 박도 못하는구나빼자니 이십 년의 시간이 아깝고박자니 아무리 두드려도 박히지가 않는구나커트량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되려 2구부터 두들겨 맞기 십상이라나이와 함께 굽어버린 다리가 펴지지 않듯이나이와 함께 굽어버린 손목 또한 돌아가지 않아아무리 용을 써도 제자리인 것을쌔가리 눈곱만큼의 진전을 바라 홀로 탁구대와 씨름해야 하는가간절함이 극점에 달해도가 닿을 수 없는 별이 있듯이극점을 넘은 간절함은 우울만 불러오고될 수 없어, 라.. 2024. 9. 5.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37) - 미이케 호수[일본 미야자키 현 미야코노조 시/ 타카하루 정](20231101) [소개] 미야자키 현 미야코노조 시와 타카하루 정에 걸쳐 있는 미이케 호수(御池 어지, 이케는 池의 훈독[いけ]이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어'자가 왕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이므로, 이 호수의 이름은 일본의 전설상의 인물인 초대 천황 진무가 이 호수 부근에서 놀았다는 신화와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는 기리시마 화산군의 화구호 중 가장 크고 깊은데, 직경은 대략 1km 정도이고 최대 수심은 103m이다. 이 호수는 약 4,600년 전 후타고이시 화산 동쪽 산기슭에서 일어난 수증기 플리니식 분화로 형성되었다. 이때의 분화는 기리시마 화산군의 분화 중 최대의 것으로, 주위를 둘러싼 화구벽이 30m 정도의 직벽을 이룬다. 후타고이시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다카치호노미네(봉)를 조망할 수 있는 것도 .. 2024.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