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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당 공원에서 어릴 적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그냥 망우공원이라고 따라 불렀지금호강변 동촌 유원지에 인접한 곳이름만 들었을 뿐 정작 찾진 않았어찾았더라면 교과서에서 배운 홍의장군 왜병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던 곽재우를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란 걸 알았을 텐데망우가 그의 호라는 것도최초로 의병을 일으키고신출귀몰 하면서 왜적들의 혼을 빼놓은 영웅근심을 잊게 한다는 이 역사적 공간에서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외삼촌 두 분이 연달아    (작은외삼촌 2002년 5월 정도?)큰외삼촌 2004년 5월 6일 2024. 9. 7.
I can't go on, I will go on 이번 여름은 진짜 우라지게 덥군,천재 과학자의 예측이 아니더라도고장난 에어컨 밑에서 잠을 못 이루면인류의 종말이 저절로 눈 앞에 어른거리지지난 봄에는 또 무던히도 아팠지달아난 잠은 수면제에도 잡히지 않고출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머리가 다시 솟아나기를 바라는 대머리의 간절함으로돌이키고 싶었지 언제나 울음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고타인의 울음에 귀를 막고 살아 왔듯나의 울음마저 웃어젖힐 수 있다면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우고강으로 걸어들어간 울프와 같은 강단도 지니지 못했으니기억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생의 한 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24. 9. 7.
김광규 - 어둡기 전에 어둡기 전에                      김광규 걸어 다녀도 시간이 넉넉했던 시절그때를 아무리 그리워해도 소용없습니다 이제는값비싼 승용차도 고속전철도 마찬가집니다직업에 상관 없이 출퇴근하는 데한두 시간씩 걸리고 때로는자동차 고치느라고 오후 내내정비센터에 죽치고 앉아 기다리기도 합니다시간의 바퀴는 보증수리도 안 되지요주말이면 식구들과 세탁물 찾아오고할인매장에 가서 장 보는 것도 큰일입니다도심에서는 차 세울 곳 찾기 힘들고주차비도 여간 비싸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디서나 기다리는 시간만 자꾸 길어지고그나마 남은 시간 점점 줄어듭니다퀵보드 타고 가볍게 스쳐가는 아이들시간을 앞질러 달려가는 동안 어버이들은잠도 안 자며 맹렬한 속도로 뒤쫓아오는시간의 바퀴 피해보려고 백미러를힐끔힐끔 쳐다보며 가속페달 밟아보지.. 2024. 9. 6.
김광규 - 치매환자 돌보기 치매환자 돌보기                          김광규 어려운 세월 악착같이 견뎌내며여지껏 살아남아 병약해진 몸에지저분한 세상 찌꺼기 좀 묻었겠지요하지만 역겨운 냄새 풍긴다고귀여운 아들딸들이 코를 막고눈을 돌릴 수 있나요척박했던 그 시절의 흑백사진들 불태워버린다고지난날이 사라지나요그 고단한 어버이의 몸을 뚫고 태어나지금은 디지털 지능 시대 빛의 속도를 누리는 자손들이 스스로 올라서 있는나무가 병들어 말라죽는다고그 밑동을 잘라버릴 수 있나요맨손으로 벽을 타고 기어들어와여태까지 함께 살아온방바닥을 뚫고 마침내 땅속으로돌아가려는 못생긴 뿌리의 고집을치매 걸렸다고 짜증내면서구박할 수 있나요뽑아버릴 수 있나요 김광규.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지. 100-101.  -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 .. 2024.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