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91 김광규 -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 김 광규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창틀에 앞발 올려놓고방 안을 들여다본다집 안이 조용해서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무슨 기척이 있어밖으로 눈을 돌리니밤하늘에 높이 떠오른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모두들 떠나가고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혼자는 아닌 셈이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7 - 가족들 모두 어디론가 떠나 혼자인 듯하지만 복실이며, 보름달이며 교감할 대상이 있으니 혼자는 아닌 셈이다. 2024. 9. 4. 김광규 - 나무의 기척 나무의 기척 김광규 댓돌에 한 발 올려놓고헌 신발 끈 조여 매는데툭등 위로 스치는 손길여름내 풍성했던 후박나무 잎커다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가을 나무의 기척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9. - 기척으로 다가오는 존재. 그 존재를 감지하는 깨어있음. 2024. 9. 4. 김광규 - 능소화 능소화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서투르게 흉내 내는바이올린 소리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능소화의 주황색 손길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무구한 눈길 같은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6. - 조용히 화자를 건드리는 능소화. 김광규의 '능소화'는 한 세계가 시끄럽게 창조되고 있는 김선우의 '능소화'와 잘 대비된다. 2024. 9. 3. 김광규 - 생선 장수 오는 날 생선 장수 오는 날 김광규 소형 화물차에 확성기를 장착한생선 장수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온 동네가 시끄러워집니다 집집마다담을 넘고 창문을 열고 각종 해산물이쳐들어옵니다 참조기 아구 꽃게 병어 도다리 홍합가오리 주꾸미를 앞세우고 생선들이앞을 다투며 몰려옵니다 임연수 가자미여섯 마리에 5천 원*생태 갈치 먹갈치 세 마리에 5천 원오징어 속초 오징어 네 마리에 5천 원참치 한 마리에 2천 원꽁치 다섯 마리에 2천 원낙지 산낙지 두 마리에 5천 원싱싱한 동태 두 마리에 4천 원고등어 생고등어 다섯 마리에 4천 원자반 두 손에 4천 원왕조기 다섯 마리에 만 원. . . .80데시벨이 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한 마리씩 또는 몇 마리 씩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며 아.. 2024. 9. 3. 이전 1 2 3 4 5 6 7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