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409

허수경 - 바다가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2023. 4. 24.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 그 봄 청도 헐티재 넘어 추어탕 먹으러 갔다가, 차마 아까운 듯이 그가 보여준 지슬못, 그를 닮은 못 멀리서 내젓는 손사래처럼, 멀리서 뒤채는 기저귀처럼 찰바닥거리며 옹알이하던 물결, 반여, 뒷개, 뒷모도 그 뜻 없고 서러운 길 위의 윷말처럼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 그 하얀 물나비의 비늘, 비늘들 (용어 설명) 죽지랑 : 신라의 화랑. 그와 득오의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반여 : 윷판의 중앙 (방) 뒷개 : 윷판의 첫 밭에서 앞밭으로 꺾이지 않고 일곱째 되는 밭 (앞밭 : 모의 자리) 뒷모도 : 윷판의 뒷밭에서 안으로 꺾인 첫째 밭 (지슬이라는 말에서 이성복이 죽지랑과 윤슬을 떠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억측도 해본다.) 득오의 모죽지랑가도 옮겨본다 https://blog.naver.com/qlsd.. 2023. 4. 24.
김혜순 - 전염병자들아 - 숨차게 푸르게, 시리게, 촉, 수, 켜들고, 달려, 가라, 달려, 가라. 전신을, 파, 먹는, 구, 데, 기, 들에겐, 전신을, 주고, 다리, 사러, 온, 사람에겐, 다리, 팔고, 신나게, 경매를, 외쳐라, 토하고, 싸고, 흘리며, 모두, 모오두, 나눠, 줘라. 든, 큰, 소리로, 살아있다살아있다, 외쳐, 대라, 도착하진, 말고, 떠, 나, 기만, 하, 거, 라. 주사, 바늘들이, 빠져, 달아나고, 희디흰, 침대, 가, 다, 부숴지도록, 피똥이, 튀고, 토, 사물과, 악취가, 하늘, 높이, 날리도록, 달리기만, 하거라. 생명이, 나갔다가들어오고, 출발했다가도착하며, 생, 명, 을 부렸다가다시, 지고, 또, 다, 시, 달려, 나가는, 앓는, 몸아! 저기, 저기, 쳐다봐라.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행복이, 액자.. 2023. 4. 24.
박용래 - 저녁 눈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2023.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