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말573 (161028) 쓰다 보니 아점을 먹으러 집을 나섰더니 '전국 가을비'라는 일기예보는 이미 실행을 마친 뒤라 도로에는 비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참새떼가 잔가지를 흔들며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좀 더 먼 수풀 속으로 화다닥 자리를 옮긴다. 짹짹거리는 작고 귀여운 놈들이라는 생각 속으로 저 놈(년)들도 지렁이 등의 작은 벌레나, 파리, 모기, 잠자리 - 정말 이런 것들을 먹나 - 등의 곤충에게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라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먹고 먹힌다는 것. 몇 년전 나는 인생에 거듭 좌절감을 느끼던 가운데, 남한의 거의 최북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산을 오르다가 그다지 몸집이 크지 않은 개구리가 자신의 몸 길이보다도 긴, 길이가 거의 이십 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굵은 왕지렁이를 통째로 삼키려 하는 보기 .. 2016. 10. 28. (161027) 지천명 나이가 오십을 넘겼으니, 지천명이라는 말도 있듯이 - 지금은 수명이 길어져,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예전의 나이라는데, 그럼 나는 이제 서른다섯을 막 넘긴 것인가? - 세상살이에 대해 나름대로 물리가 트여야 하건만, 세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니 고흐가 편지에 썼던 것처.. 2016. 10. 27. (161025) 최순실 게이트 정확한 내막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거나, 시간이 지나도 잘 파악이 안 되겠지만, 정말로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고, 정부 내부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 얼마 전 저녁에 골목에 불법 주차를 했다가 딱지를 떼었을 때, 교통 흐름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날도 어.. 2016. 10. 25. (161024) 언어를 넘어서라 불교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언어를 넘어서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상당한 고찰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러니컬 한 것은 '언어를 넘어서라'는 말 조차도 언어를 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생각해 보자.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말 같은데, '언어라는 것이 믿고 따를 만한 것이 못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모순 위에 서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왜냐하면 이 말이 성립하려면 '믿지 못할 언어를 일단은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상이 이어지는데, 하나 더 제시해보면, '어떤 크레타인이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이다"라고 말했다'라는 말은 우리의 형식 논리를 깨어버린다. 우리의 언어가 제시하는 세계상이나 언어에 이끌리는 우리의 생각이 굳건한 .. 2016. 10. 24. 이전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