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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407

김광규 -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                          김 광규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창틀에 앞발 올려놓고방 안을 들여다본다집 안이 조용해서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무슨 기척이 있어밖으로 눈을 돌리니밤하늘에 높이 떠오른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모두들 떠나가고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혼자는 아닌 셈이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7 - 가족들 모두 어디론가 떠나 혼자인 듯하지만 복실이며, 보름달이며 교감할 대상이 있으니 혼자는 아닌 셈이다. 2024. 9. 4.
김광규 - 나무의 기척 나무의 기척                     김광규 댓돌에 한 발 올려놓고헌 신발 끈 조여 매는데툭등 위로 스치는 손길여름내 풍성했던 후박나무 잎커다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가을 나무의 기척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9. - 기척으로 다가오는 존재. 그 존재를 감지하는 깨어있음. 2024. 9. 4.
김광규 - 능소화 능소화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서투르게 흉내 내는바이올린 소리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능소화의 주황색 손길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무구한 눈길 같은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6. - 조용히 화자를 건드리는 능소화. 김광규의 '능소화'는 한 세계가 시끄럽게 창조되고 있는 김선우의 '능소화'와 잘 대비된다. 2024. 9. 3.
김선우 - 능소화 능소화                  김선우 꽃 피우기 좋은 계절 앙다물어 보내놓고 당신이나 나나 참 왜 이리 더디 늙는지 독하기로는 당신이 나보다 더한 셈 꽃시절 지날 동안 당신은 깊이깊이 대궁 속으로만 찾아들어 나팔관 지나고 자궁을 거슬러 당신이 태어나지 않을 운명을 찾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머니를 죽이러 우주 어딘가 시간을 삼킨 구멍을 찾아가다 그러다 염천을 딱! 만난 것인데 이글거리는 밀납 같은, 끓는 용암 같은, 염천을 능멸하며 붉은 웃음 처올려 몸 풀고 꽃술 달고 쟁쟁한 열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능소(凌霄)야 능소야, 모루에 올려진 시뻘건 쇳덩어리 찌챙찌챙 두드려 소리를 깨우고 갓 깨워놓은 소리가 하늘을 태울라 찌챙찌챙 담그고 두드려 울음을 잡는 장이처럼이야 쇠의 호흡 따라 뭉친 소리 풀어주.. 202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