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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407

김광규 - 가난의 용도 가난의 용도                       김광규 달동네 좁은 골목 언덕길로연탄을 날라다 주고독거노인과 소녀 가장에게 남몰래쌀과 김치 보내준가난한 이웃들의 이름아무도 모른다빈민 운동가로 막사이사이 상을 타고빈곤층 대변하던 그 국회의원누구인가우리는 알고 있다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공표한 명망가도 있었다중산층이나 부자보다 빈민들의 수효가훨씬 많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던의회주의자 그는가난의 용도까지 속속들이 깨달은 뛰어난 정치인이었다그렇다 누가 뭐라 해도 인간은무리 지어 떠도는 불쌍한 정치적 동물 아니냐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64-65 - 가난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시. 2024. 9. 2.
김광규 - 청설모 한 마리 청설모 한 마리                           김광규 청설모 두 마리고은산에 살았다우람한 소나무 줄기 타고 올라가앞발로 솔방울 맴맴 돌리며갉아 먹고 산자락 마을에 내려와음식물 쓰레기도 주워 먹었다통통하게 살이 오른 한 놈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옮겨뛰다가 떨어져살쾡이에게 잡아먹힌 듯수놈일까 암놈일까청설모 한 마리 살아남은 것산책 길에 보았다의주로와 모래내길과 연희로 사이에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비좁은 삼각주처럼 남아 있는 산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도심의 작은 산에 갇혀서청설모 한 마리외롭게 산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22-23. - 이 청설모와 우리 인간의 삶은 얼마나 다른 걸까? 짝(꼭 배우자는 아니더라도)을 잃은 채 홀로 외롭게 지내는 청설모의 모습.. 2024. 9. 1.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 큰 변화 없이 일상속에서의 성찰을 주조로 한 시편들이 이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어들은 더욱 평이하고 명료하며, 산문과 차이가 없는 산문시들도 여럿 보인다. 자연과 사회, 과거와 현재가 이분법적으로 혹은 도식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느낌은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박철화 - '처음'으로의 회귀 122) 쉽고 투명한 시어, 일상어에 가까운 리듬, 때때로 그 리듬마저 감추는 산문시 등은 김광규에게 와서 보다 분명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136) 자연이 아름답고 조용한 승이를 거두듯이, "시나무"의 주인이 될 시인이란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오만한 확식보다는, 계속해서 그 깨달음에 대해 겸손하게 묻는 사람일 것이다. 2024. 8. 30.
김광규 -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김광규 조심스럽게 물어보아도 될까. . . .역사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주먹을 부르쥐고 외치는 사람이누구 앞에서 눈물 한번 흘린 적 없이씩씩하고 튼튼한 사람이 하필이면왜 시를 쓰려고 하는지. . . .아무런 부끄러움도 마음속에 간직하지 못한 채언제 어디서나 마냥 떳떳하기만 한 사람이과연 시를 쓸 수 있을지. . . .물어보아도 괜찮을까. . . .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80. - 시란 큰 목소리를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조심스럽게.' 2024.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