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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421

[내재율 제3집] 유경동(86) -- 산책 산    책                                  유경동(86) 오늘둑 위에 서서두어 번 휘파람을 불다          서늘한 바람이휘돌던 소리를 거두어 버린 뒤         가을도누렇게 부황아 자빠진 들판에학서너 놈 날아와 복들을 접고 지껄이더라        바람에 실린 햇살이풀숲을 쑤시면터져나오는 풀벌레 악다구니       바람만 없어도 가을일 것을       발목까지 차오른 소리를 보고도목을 빼고 휘청이는 학처럼차마 발을 못 떼다 2024. 12. 12.
[내재율 제3집] 김정식(86) -- 하강 하강               김정식(86) 시간이 불어와툭툭 떨어지는 몸들이 있어빛을 받아 발버둥 쳐보지만,기운 하늘에 슬그머니 거린 태양은취해 취해 버얼건서녁 거리또 하나 경련하는 사지 이제는 물처럼끝?없이 바다로 가는 것이냐처음이 없으면 끝이 없을 것을끝의 낭떠러지보다 깊은초록 순결 뒤밤을 울며? 내리드는 눈동자 있어이슬은서리 서리. 덩그럭 떵그럭 나목 종소리휑한 벌판의 귀들은 오한이 들고취해 취해 버얼건서녁 거리에지층 속 별빛 화석을 니언?나와 먼 이공간엔발꿈치가 날린다 2024. 12. 11.
[내재율 제3집] 김은정(86) -- 한여름의 신기루 8월은 정말이지 더울 권리조차도 없이 무덥다. 극지방에서 가장 큰 빙산 하나쯤 서울 한복판에 가져다 놓더라도 그 기세는 꿈쩍도 않을 꺼다. 어제 오후에는 전화세를 내러 근처 은행에 가서 2시간 가량 에어콘 덕에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보냈다. 그러나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오늘은 방법을 바꾸었다. 지하는 시원할 테지. 몇 권의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역으로 가는 도중 정부의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도로 정비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채 뿌리도 못 내리고 말라가는 이름 모를 꽃들이 나를 더욱 덥게 만들고 아시아 경기 후 삭막해 질 경기장 주변 생각이 더위에 대한 짜증을 부채질 한다. 선애역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대로였다. 무조건 표를 사서 올라 탔다. 지하철 2호선. 어떤 머저리 같은 사람이 비싼.. 2024. 12. 9.
[내재율 제3집] 김은정(86) -- 광경 광경                     김은정(86) 진주빛 바랜 시멘트 담장마다누런 이불 하나씩 덮고 누운 오후이제는 가시 돗힌 화려함이여남은 게 꽃잎으로 흐트러진 너.지나는 모든 것 발걸음마저시계에 쫓기듯 서슴지 않고 왔다간 사라져제철엔 꽃호박이라도 붉게 타고무진장 쏟아져 내리고땅거미는 가장 슬픈 표정을 하고는제 그림자를 주워올린다. 2024. 11. 27.